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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 가지 중대한 문제를 심리 중입니다.
바로 미국 내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른 바 국적 속지주의 (Birthright Citizenship)를 제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Executive Order 14160 “Protecting the Meaning and Value of American Citizenship") 을 놓고 벌어진 법적 다툼입니다.
이 명령은 서명일로부터 30일 후인 2025년 2월 19일부터 출생하는 아이들에게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은 서명 직후 여러 주와 시민단체들에 의해 법적 도전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여러 연방 지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시행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의 관할 아래 있는 자는 미국 시민이다”라고 규정합니다.
1868년 제정된 이 조항은 노예제 폐지 이후 태어난 흑인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난 150년간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근거로 작용해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에서 “관할 아래”의 해석을 제한적으로 할 것을 주장합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나 합법 체류 신분이 아닐 경우, 그 자녀에게는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헌법학자와 기존 판례(특히 United States v. Wong Kim Ark, 1898)는 속지주의를 넓게 인정하며, 단순히 미국에서 출생했다면 시민권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심리의 쟁점은, 행정명령 EO14160 자체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같은 하급 연방법원이 해당 행정명령에 대해 전국 효력’을 갖는 금지명령(injunction)을 내릴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한 행정명령의 정당성 여부를 넘어서, 향후 미국에서 이민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제정되고 시행될지를 결정짓는 권력 구조의 핵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전국적 금지명령을 불허할 경우
행정부는 앞으로 특정 이민 정책이나 제한 조치를 내릴 때, 사법부의 즉각적 제동 없이 이를 전국적으로 신속히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이는 특히 강경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대통령 서명을 통해 곧바로 전역에 적용되는 현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상 각 주의 하급법원 판결이 국지적 효과에 그치게 되고, 정치권의 힘의 균형이 행정부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연방대법원이 전국적 금지명령을 허용할 경우
이는 사법부가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전국적 차원의 견제권을 앞으로도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 주의 연방지방법원이라 하더라도, 헌법에 반하는 행정명령에 대해 즉각적이고 전국적인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힘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정은 법원이 ‘행정 남용에 대한 방파제’로서 기능하는 전통적 역할을 계속 유지하게 함으로써, 이민자 및 소수자 보호에 있어 제도적 안정장치로 작용하게 됩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이민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권력의 균형—즉 입법, 행정, 사법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행정부나 법원이 아닌, 바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민자들의 삶 위에 가장 먼저 드리워질 것입니다.
글) 김영언 변호사 (법무법인 미래 ryan@mirae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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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5-06-06 20:3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