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원형을 보려거든 아이들을 보라. 아이들은 정치도 이념도 없다. 있다면 어른들의 이데올로기의 프레임만 있을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중산간의 칼바람을 뚫고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의 숲’ 폭낭(팽나무)에서 출발하여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까지 4시간 30분을 도로로 순례하는 순례자들이 있다.
그들은 제주 4⦁3사건 중 희생된 어린 영혼을 추모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2020년 12월 16일 제주4⦁3평화공원 내 각명비 174개 중에서 10살 미만의 어린이 희생자 약 818의 이름을 각각 천에 적고 그 이름 적힌 천(이하 ‘위패’)를 인근 ‘평화의 숲’ 폭낭(팽나무)에 열명(列名)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이름도 없이 무명으로 희생당한 젖먹이부터 10살까지 무차별적인 희생을 맞이한 어린이 희생자들, 세상에 나와 빛을 보기도 전에 무참히 살해당한 아이들 818명은 818개의 사건이며 그 자체가 제주 4·3인 것이다.
제주 4·3사건 중에 희생된 10살 이하의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하고 있는 영화 '폭낭의 아이들' (예술영화, 사유진 감독) 제작팀은 작년 2020년 12월 16일(수) 제주4·3평화공원에서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까지 818명의 어린이 희생자 위패를 모시고 5시간을 도보 순례하여 북촌리 희생자 유족회(회장 고완순, 84세)에게 인계하였다.
현재 너븐숭이 애기무덤은 4·3사건 당시의 아이들 3~8기의 봉분과 더불어 4·3사건 이전에 병사한 아이들의 12기 봉분 등 총 20기가 현존하고 있는 곳이다.
사유진 감독은 “제주도 여기저기에서 희생된 어린 영혼을 함께 모시기 위해서 평화공원에서 너븐숭이까지 위패를 모셔 왔다”라고 했다.
그리고 위패를 모셔 온 길을 기념하여 4·3사건 어린이 희생자를 비롯한 전쟁과 학대 그리고 기아로 숨져간 전 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평화순례길'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작년을 제1회로 하여 올해 2021년 4월 16일 세월호 제7주기 기념일(특별 순례일)에 진행하였고, 오는 12월 16일 제2회 정기 순례에 나선다.
‘순례의 생김새는 걷기이며 그 하는 일은 타인을 위한 기도•기원의 길’이다. -사유진 영화감독
글/ 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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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ailytoday.co.kr/news/view.php?idx=59337기사등록 2021-12-02 15: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