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데이 황소정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은 조선시대 서화 미술의 신비로운 예술 세계인 ‘민화’를 감상할 수 있는 근현대미술기획전 ‘황혜홀혜’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급변하는 시대에 의지할 곳 없는 민중이 세속적 욕망에 매달리며 인생의 궁극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소망을 담아낸 서민의 그림으로서의 민화가, 그 이름이 갖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매우 개성 있고 해학적이며 불가사의한 조형성이 배어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다시점(多時點)을 통해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대상을 해체 및 전복시키는 회화성, 수많은 도상으로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며 사회상을 담아내는 시대성, 어떤 원칙이나 법칙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작자미상의 자유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민화에서 문인화적 해석 방식인 사실성의 여부, 생략과 왜곡 등의 표현 방식은 현대 미술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황혜홀혜’는 ▲ 두 개의 태양 ▲ 산을 나는 바다 ▲ 수수복복 ▲ 문자와 책의 향과 기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에 출품된 ‘관동팔경도’, ‘구운몽도’, ‘모란화조도’, ‘무이구곡도’, ‘봉황도’, ‘일월오봉도’, ‘제주문자도’, ‘책거리’ 등을 통해 민화가 조선 말기에 활발하게 제작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그 조형적 특징의 관계를 모색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지평, 류성실, 원성원, 전혜림, 최하늘 등 동시대 미술 작가가 참여해 조선 말기와 지금의 시대적 이슈를 ‘이상향’에 대한 주제의식으로 공명하며, 민화의 시대뿐만 아니라 예술에서 끊임없이 추구해온 새로운 세계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전통과 현대성에 관한 문제로 다룬다.
전시는 민화의 사회적 관점과 미술 내적인 면모를 두루 살피는 것은 물론, 민화를 우리의 오래된 전통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지금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동시대 미술의 교차, 병치, 혼용을 통해 살펴본다.
특히, 19~20세기를 거치며 사회 계급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서구 중심의 근대예술 체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치를 공고히 하지 못한 서화 미술 연구를 지속하고자 하는 경남도립미술관의 의지를 담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이미영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과거와 현재, 실재와 가상, 꿈과 현실, 삶과 죽음, 주류와 비주류, 전통과 현대 등 이분법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책과 기물이 무한한 공간을 창조해내고, 산과 바다가 뒤집어지고, 해와 달이 함께 떠오르는 민화 속 표현처럼 더 이상 이분법적 구분을 강조하지 않을 때 민화의 시대, 지금 이 시대가 욕망하는 이상향 즉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의 끝자락, 초현실적인 작품들 앞에서 다가올 가을을 미리 상상하며 더위를 이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경남도립미술관 2021 근현대미술기획전 ‘황혜홀혜’는 오는 10월 10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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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ailytoday.co.kr/news/view.php?idx=53152기사등록 2021-08-17 20:3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