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리학당 오원재의 삶 풀이]
손 없는 날 이사, 개업 좋다는 건 막말!
역리학당 오원재에서 허정(虛靜)
공자(孔子)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만물이 생겨날 수 없다(子曰天地不合, 萬物不生).”라고 말씀하셨다.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어찌 만물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타고난 기운과 그날 우주에 흐르는 기운, 그리고 그 행사의 특성과 중화(中和)를 이루는 날은 길일이 되고, 이들의 기운이 서로 충돌되거나 상극이 되는 날은 흉일이 된다.
그런데 음양의 상생과 상극은 따져보지도 않은 채, 어떤 사람은 손 없는 날은 만사형통하는 날이니 무슨 행사를 치러도 좋은 날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사주팔자에 타고난 기운과 상생이 되는 날은 길일이 되고 상극이 되는 날은 흉일이 된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인식에서 비롯된 주장이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상당기간 민속학 등을 연구한 사람들마저도 그 근원을 정확히 알지 못해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이유야 어쨌든 “손 없는 날은 무해무득한 날이다.”라고 하는 주장이 확산되어 민간신앙처럼 자리 잡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손 없는 날을 택해 이사, 개업, 집수리 등의 행사를 치른다. 현대인들의 실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음력은 길일과 무관
천체의 운행에 따라 변하는 음양의 기운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음력 날짜(日數)에 따라 “귀신이 특정한 방향에 나타나 사람의 일을 방해하는 날은 손 있는 날, 어느 방향에도 나타나지 않는 날은 손 없는 날이다.”라고 하는 주장은 무시해도 된다.
그러니까 “음력 1, 2, 11, 12, 21, 22일에는 동쪽, 3, 4, 13, 14, 23, 24일에는 남쪽, 5, 6, 15, 16, 25, 26일에는 서쪽, 7, 8, 17, 18, 27, 28일에는 북쪽에 귀신이 나타나 사람의 일을 방해한다고 하는 반면, 음력 9, 10, 19, 20, 29, 30일에는 사람의 일을 방해하던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쉬는 날이라고 하며, 손 없는 날이라고 하는 주장은 천문학적인 근거 없는 주장으로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손 없는 날이란 혼례식 때 가리는 태백살(太白殺)에서 비롯됐다.
“태백살은 초례상(醮禮床) 안치(安置)하는 방향을 피한다.”라고 한 조선왕실에서 편찬한 '천기대요'의 내용이 그 증거이다.
조선 시대 초례상을 차릴 때 피하는 태백살이 곧 손 없는 날로 둔갑해 구전(口傳)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손 없는 날이란 이사, 개업, 결혼식 등의 길일과 흉일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하늘·땅·사람 조화 이루는 날이 곧 길일
그러므로 정통 택일 법을 기준으로 보면 ‘손 없는 날’이란 한마디로 미신이다. 우주의 순환법칙은 물론 그 사람의 사주팔자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달의 운동만을 계산해 기본적으로 길일과 흉일을 가릴 수 없는 음력 날짜에 의해 결정한다.
음력으로 길일과 흉일을 점친 조선 관상감 일관(日官)은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 없는 날이 길일이라면 왜 음력으로 길일을 점친 일관이 없었겠는가?
따라서 그 사람이 타고난 기운과 충돌이 되는 나쁜 날도 손 없는 날로 규정짓고, 이와 반대로 서로의 기운이 상생되는 좋은 날도 손 있는 날로 뒤바꾸어 판단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그야말로 근거 없는 미신이 명확하다.
‘손 없는 날’은 이사, 개업, 집수리, 결혼식 등의 행사에 좋은 날, 또는 무해무득(無害無得)한 날이라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의 극치가 틀림없다.
모든 사람들의 유전인자가 다르듯이 사주팔자도 다르고 그 날 우주에 유행하는 기운도 다르고, 또 행사의 특성도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모든 행사에 좋고, 손 있는 날이라고 해서 모든 행사에 나쁜 날이 될 수 있겠는가?
천체의 운행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5운6기와 그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기운을 비교분석하지 않고 길일과 흉일을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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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ailytoday.co.kr/news/view.php?idx=44036기사등록 2021-01-10 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