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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클래식 칼럼]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음악 이야기 <2>:
  • 기사등록 2020-08-15 18: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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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음악 이야기 <2>: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신세계로부터'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現) 독일 뮌헨 대교구 소속 가톨릭 교회음악가 및 지역 음악감독

-유로저널 독일부 기자

-음악 칼럼니스트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Z nového světa

Symphony No.9 e-minor op. 95

 

1892년 보헤미아 출신 작곡가 드보르작은 미국 뉴욕 음악원의 교수직을 제안받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미국 땅을 밟는다. 역동적 에너지가 넘치는 땅에서 새로운 광경들을 접했고, 보고 느낀 것들을 곡으로 남겼다. 그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드넓고 광대한 서부로 여행을 하기도 했으며, 이때 흑인 음악과 원주민들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르만족으로부터 탄압의 역사를 경험한 체코 보헤미아 출신의 음악가로서 흑인과 인디언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던 인종차별에도 동정과 공감을 품었을 것이다. 그는 이국땅 미국에서 흑인 음악과 인디언 음악을 재료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그려냈다.



'신세계 교향곡'으로 알려진 교향곡 9번을 발표한 후 가진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흑인음악, 인디언 음악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


 “나는 미국 원주민의 멜로디를 주의 깊게 연구했고, 그들의 정신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흑인 음악과 미국 원주민들의 음악은 거의 비슷합니다. 멜로디를 직접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신세계 교향곡을 통해 그 정신을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흑인 음악과 원주민 음악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도레미솔라’ 5음계로 이루어진 펜타토닉 스케일인데 이 음계는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아리랑이나 도라지 타령등 우리나라의 민요도 대부분 궁상각치우’ 5음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신세계 교향곡'은 광고음악에도 많이 쓰이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에도 늘 이름을 올린다.


▲ *안토닌 드보르작 교향곡 제 9번 e단조 <신세계로부터> 자필 표지


1893년 작곡된 이곡은 1215년 카네기 홀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Z nového svĕta (From the new world)라는 부제목 역시 드보르작이 직접 붙였다.

 

1악장 Adagio-Allegro molto

2악장 Largo

3악장 Scherzo, molto vivace

4악장 Allegro con fuoco

 

네 개 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곡 9번은 고향을 향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2악장과 광활한 서부 광야를 가로지르는 듯 웅장한 4악장이 특히 유명하다.  이 중 2악장 잉글리시 호른 멜로디는 드보르작 제자 윌리엄 피셔가 가사를 붙여 'Going home'이라는 노래로 만들었고, 우리나라에는 '꿈 속의 고향'으로 번안되었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 반딧불 쫓아서 즐거웠건만 /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그리운 고향 아 아 내 고향 /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일 때면 /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 밤마다 그리는 그리운 고향 /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 그리운 고향 내 고향

 

세상의 반대편에서 발견하는 서로 비슷한 선율이 놀랍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비슷한 정서가 반갑다. 전혀 달라 보이는 많은 것들의 끝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다름차별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 (좌: 안토닌 드보르작, 우: 드보르작 교향곡 9번 2악장 잉글리시호른 솔로 악보)



갑작스레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가 얼마나 촘촘한 사회적 관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 비로소 인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접촉금지’, ‘집합금지’... 2020년을 시작하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단절을 일상화 시켰다. 물리적 단절과 더불어 모습을 드러낸 차별과 혐오는 우리가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 더 시급하게 치유해야 할 아픔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 그곳에선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아갑니다 /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 영혼 깊이 인간애 가득한 그곳 / 나의 환상 속에서 난 밝은 세상이 보입니다 / 그곳은 밤도 어둡지 않습니다 /나의 환상 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 그 바람은 친구처럼 도시로 불어옵니다 /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 영혼 깊이 인간애 가득한 그 곳

 

영화 '미션'의 삽입곡 '가브리엘의 오보에' 멜로디에 곡을 붙인 엔리오 모리꼬네의 '넬라 판타지아' 가사처럼, 나는 꿈꾼다. ‘다름틀림으로 비난받지 않는 사회. 그리고 세상이 낸 상처의 조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은 모든 사랑으로메울 수 있는 사회를세상은 때로 견디기 힘들만큼 불합리하고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꿈꾸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희망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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