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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클래식 칼럼] ' 전염병과 음악' <1>
  • 기사등록 2020-06-30 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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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음악' 1편 


세상 모든 분열의 자리에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질 평화의 날을 고대하며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現) 독일 뮌헨 대교구 소속 가톨릭 교회음악가 및 지역 음악감독

-유로저널 독일부 기자

-음악 칼럼니스트



*공포와 두려움을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절대 멈추지 않을 듯 숨가쁘게 발전을 거듭하던 인간의 일상이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테러도 전쟁도 자연재해도 아닌, 고해상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만 겨우 그 생김새를 보여주는 미세한 바이러스가고 도로 성장한 현대 문명을 '일시정지' 시킨 것이다. '그저 누구나 앓을 수 있는 감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상황을 낙관 하던 이들조차 학교와 공공기관이 닫히고, 이동이 통제되며, 하룻밤 사이 몇 배씩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어나자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바이러스가 지닌 무서운 확산세가 강력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공포와 두려움을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은 미세한 이 바이러스가 던지는 위기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사재기 열풍으로 몰아넣었고, 누군가는 파산의 위기 에 내몰렸다. 또 누군가는 '관계 단절' 앞에 절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 현장으로 다가가 도움 의 손길을 내밀고, 또 어떤 이는 발코니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감옥살이 같은 생활에 지쳐가던 이들이 저 마다 집에 있던 탬버린, 색소폰, 심지어는 냄비 뚜껑을 들고 나와 다양한 악기 소리를 보태자 제법 그럴싸한 합주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발코니 연주' 영상들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코로나 바이러스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많은 이들이게 전달되었고, 코로나 시 기를 버텨내는 약간의 동력이 되어주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던지는 위로가 2020년의 '음악문화'가 된 것이다.

 

▲ ( 사진: pxhere )


'음악' 이란?  순식간에 선진국의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수많은 인간관계마저 단절시켜버린 바이러스의 맹공격 앞에서 과연 음악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음악'의 사전적 의미는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 을 나타내는 예술'이다. 의미없이 마구 두드려대는 냄비 뚜껑의 마찰 소리를 우리는 '음악'이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연대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발코니로 들고 나온 냄비 뚜껑은 훌륭한 악기가 되어 '음악'을 연주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세를 떨치게 되면서 덩달아 자주 언급되 는 흑사병 시기를 돌아보자. 흑사병이 창궐하고 14세기 유럽에서만 7년 이내에 전체 인구의 3분의1 이상, 25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줄어든 인구가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다시 흑사병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었다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나이와 신분 직업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기에, 음악가자 신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 소중한 가족 중 누군가를 잃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음악가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공포와 두려 움, 절망감 또는 희망을 음악에 녹여냈다.


▲ ( 사진: pxhere )


 

울리히 쯔빙글리(Huldrych Zwingli)페스트의 노래

 

스위스의 종교개혁자였던 쯔빙글리는 취리히에서 흑사병을 직접 겪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왔다. 이후 그는 질병의 고통 과 공포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었던 신앙을 돌아보며 페스트의 노래라는 찬송가를 썼다. 1552년 콘스탄츠 찬송가에 실린 가사를 보면, 그는 '병의 시작(Im Anfang der Krankheit)', '병의 한 가운데에서(Inmitten der Krankheit)', '회복기에(In der Besserung)' 이렇게세 부분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처절한 기도시를 써 내려갔다.

 

[병의 시작] , 주님 이 위기에서 저를 도와주소서 / 죽음이 문 앞에 도사 리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여, 당신은 죽음과 싸워 이기셨으니 죽 음과 맞서 주십시오 / 이렇게 울부짖습니다 / 죽음의 화살이저 를 비켜가도록 하소서...

 

[병의 한가운데에서] 위로이신 주님!/ 병이 자라납니다/ 고통과 두려움이 제 육신과 영혼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 곁에 머무십시오/ 내게 유일한 위로이며 희망이신 주님

 

[회복기에] 다시 회복되고 있습니다/ 제 입으로 당신을 찬양하고, 당신의 말씀을 전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억압과 폭력에 맞서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늘의 영광을 바라보며 / 당신의 도움만을 의지하며 인내합니다 / 당신이 계시지 않는다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칸타타

 

내 몸 성한곳 없으니’ BWV 25) 칸타타 내 몸 성한 곳 없으니는 중세의 흑사병과 30년 동안 계속된 종교전쟁의 상처가채 아물지 않았던 시기에 씌여졌다. 이 당시 바흐는 독일 라이프치히성 토마스 교회와성 니콜라이 교회의 교회음악가로서 재직 중이었다. 일주일에 최소 1곡 이상 의 모테트나 칸타타를 작곡하며 무려 300개의 칸타타를 세상에 내놓았는데, ‘내 몸 성한 곳 없으니는 재직 첫해 1723823 일 삼위일체 대축일 후 열네번째 주일 예배때 초연 되었다. 이날 예배의 중심 성경내용은 루카복음 1711-19절 나병환 자의 치유와 관련된 복음이었다. 그 성경 내용에 맞추어 칸타타의 가사 또한 병들고 아픈 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칸타타 내 몸 성한 곳 없으니는 총 6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칸타타 (사진 제공: 여명진 크리스티나)


합창 :내 몸 성한 곳 없으니

레치타티보 (테너): 온 세상이 그저 병원일뿐

아리아 (베이스) : 가련한 저는 어디에서 방법을 찾아야 합니까?

레치타티보 (소프라노): 사랑하는 나의 주님

아리아 (소프라노): 저의 보잘 것 없는 찬양에 귀 기울여 주소서

합창 : 내 모든 날에 당신의 전능하신 손길을 찬양하리니

 

 첫 번째 합창 파트는 시편 384절을 가사로 채택했다


"당신의 노여움으로 제 살은 성한데 없고 저의 죄로 제 뼈는 온전한 데 없습니다." 


거리 곳곳에 쓰러져있는 신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무거운 선율들이 가슴을 짓누른다이어 질병이 가득한 세상, 전염병의 증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불안함이 테너의 목소리로 낭송된다.

 

"온 세상이 그저 병원일 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사는 이곳 / 요람에 누운 아이조차 병으로 신음하고/ 가슴에는 통증이 /펄 펄 끓는 고열/ (중략) /첫 감염자가 모든 사람을 감염시키는구나/ , 이 병균이 온몸에 퍼지고/ 누가 나의 치유자인가, 누가 나를 회복시키나"

 

낮은 베이스의 음성으로 부르는 비탄에 잠긴 아리아에서는병 으로 고통받는 자의 절박함과 슬픔이 느껴진다.

 

", 가련한 저는 어디서 방법을 찾아야 합니까?/이 몸의 병균 과 부스럼은/ 어떤 약초와 약으로도 치유되지 않으니/ 나의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여/ 오직 당신만이내 영혼을 회복시킵니다"

 

쯔빙글리의 찬양처럼 바흐의 칸타타도 질병의 고통과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회복과 희망으로 끝맺는다.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울부짖는 합창으로 시작한 칸타타는 그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테너, 베이스,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각자의 절망감, 불안함, 비탄을 쏟아내지만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내 찾아오는 회복의 순간에 대한 감사와 환희의 합창으로 끝맺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공포 앞에서도 희망에 시선을 두었던 신앙인, 음악가들이 작품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위로로 다가온다.



다음 2편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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