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애정이 깊은 사람을 만나다, 영화 '극한직업' 조감독 김솔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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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비 조감독이 본 영화... '영화'는 다양성이 만나는 교차로 <2>
[데일리투데이 신보경 기자] Q)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극한직업’이 천만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기분이 어떠했는가?
A) 감사하고 기뻤고, 또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700만, 800만 숫자가 넘어갈수록 ‘혹시 정말 1000만 달성하는 것 아닌가?’라며 기대감도 높아지고,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그 영화에 참여했었다고? 야, 멋지다.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기도 했고. 하지만, 기쁜만큼 두려웠다. 많은 사람이 보고 또 좋아하는 만큼, 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텐데, 과연 그 기대에 부응하는 다음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고민이 더 깊어졌다. 하지만, 그 고민이 또다른 앞을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Q) ‘극한직업’에 사람들이 열광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관객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숨은 주제의식을 찾기 위해 영화의 맥락을 따라가며 보기 보다는 2시간여 동안 극중 인물들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그들이 던지는 말과 행동에 관객 스스로 부담없이 웃고 즐길 수 있던 것이 대중에게는 ‘시원하고 명쾌한, 그래서 더 통쾌한 재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Q) 영화를 만드는 현장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A) 제목을 따라간다고, 촬영 과정도 정말 ‘극한 직업’ 자체였다. 시나리오에서의 코미디 요소들이 살려내기가 참 어려웠다. 특히 눈치게임을 하는 장면. 형사들이 치킨집 주인에게 정체를 들키기 전에 보이는 눈치게임 이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해야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림이 안 살아서. 머리에 안 그려지는 것이다. 영화 속 10초도 안 되는 장면에 시퀀스가 다양하게 들어가는데, 그 순서대로 그림을 그려내기가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잘되어서 다행이었지만. 장르 중에서도 ‘코미디’라는 장르가 제일 난해한 듯하다. 본능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그 포인트를 잡기가 힘들어서.
이외에도 준비하는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본격 촬영에 들어간 것이 작년 3월~8월까지 5개월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더위가 심했던 7월과 8월이 참 고되었다. 배우들이 정말 고생했다. 탈진할까봐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실제 배우들이 쓰러지기도 했다. 액션 씬에서 자칫 부상 여부를 고려해 본을 뜬 가짜 무기를 사용했는데, 이를 위해 들어가는 도정 과정 등으로 바쁘기도 했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육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적 피로가 더 컸던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웃음’ 점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시청과 편집을 수십번, 거기에 또 논의에 논의를 거치면서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모두 컸다.
Q) 촬영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아, ‘닭’! 현장에서 오롯이 닭을 위한 치킨 마스터께서 늘 상주하셨다. 마스터께서 하루 200마리 이상 생닭을 공수해오셔서 직접 튀기셨다. 뜨거운 튀김 조리대 앞을 내내 떠나지 못하심에 지치셨을텐데도 항상 함께하셨다. 무엇보다도 닭은 현장에서 갓 튀겨낸 것이라 정말 맛있었다. 갈비 양념닭은 진짜 갈비 맛이 났다.
Q) 앞서 언급했던 말 중 ‘앞으로'가 궁금하다.
A) 먼저, 지금에 충실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겁고 재밌다. 6월부터는 다른 영화 작업에 참여한다. 개인적인 목표, 꿈이라고 하자면 영화감독 데뷔다. 내년에 단편영화제 출품작 등을 검토하고 있다, 틈틈이 글을 써오고 있기도 하고. 단편영화 출품 이후에는 연출부 생활과 함께 감독 데뷔 준비를 함께 병행할 것 같다. 주 장르는 코미디다. ‘코미디’가 좋고 또 해당 장르에 대한 애정이 있다. 롤모델이 있다면, 강형철 감독님과 이병헌 감독님. 개인적으로 두 감독님의 ‘유머’의 결에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그 교집합을 이어가고싶다, 여기에 나만의 독창성도 함께 키우면서 말이다.
Q) 김솔비에게 ‘영화’란?
A) '영화‘는 다양성이 만나는 교차로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꼭 영화학을 전공해야만 ’영화‘를 알수 있다고 보는데, 의외로 이 곳에는 경제학, 미술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이는 열린 곳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생각과 시선이 자유롭게 자리하는 곳이기도 하고.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결실을 맺고 싶다.
boky034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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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ailytoday.co.kr/news/view.php?idx=25444기사등록 2019-06-18 22:5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