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애정이 깊은 사람을 만나다
" 영화 ‘극한직업’ 조감독 김솔비 "
[데일리투데이 신보경 기자 ] 2019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흥행 중심은 ‘극한직업’이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연 마약반 형사들의 수사 분투기에 ‘코미디’와 ‘액션’을 적절히 버무린 영화에 매료된 관객은 천만을 돌파했고, 영화 속 대사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는 전국적으로 한번쯤 들어봤고, 말해봤다는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의 흥행 요소로 가장 손꼽히는 것은 역시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으며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좀처럼 ‘웃음’에 인색함을 풀지 못하는 사회에 모처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케 했다는 점도 관객에게는 매력으로 크게 다가온 듯하다. 이러한 매력이 더욱 배가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명연기도 좋았지만, 그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들의 노고가 있기에 가능했던 터. ‘명품 코미디’를 탄생시키는 그 현장,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김솔비 조감독이 있다.
당시 ‘연출부’ 내에서도 VFX담당: 액션, CG, 특수효과, 특수분장 등의 담당을 맡았던 김솔비 조감독. 그가 맡고 있는 ‘조감독’은 영화 내에 여러 역할 중에서도 현장에서의 소통이 중요하다. 배우들의 목소리는 물론, 소품 하나, 영화 내외적으로 미세한 효과 부분까지도 항상 살펴야한다. 뿐만 아니라 배우와 감독간의 중재를 맡는 만큼, 사실상 총대를 메는 사람이다. 각기 다른 생각과 요구가 오고가며 시끄러운 곳에서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붙잡고 조율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들어야하는 편.
시절이 바뀌면서 예전처럼 고압적인 분위기는 전보다 부드러워진 편이지만, 억대의 제작비가 오가고 거기에 더해지는 책임의 무게 탓에 자기방어력이 상승한 사람들과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하지만, 그 긴장감에 오묘한 중독성 때문에 오늘도 영화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본래는 운동선수였다. 운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진과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컸다. 전공을 살려 체육학과에 진학했지만, 이후 편입을 준비해서 용인대학교 영화학과에 들어갔고, 원하는 것을 배움에 즐거웠다. 그러다 학교를 다니며 전공수업 중 실습작품으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내 작품에 사람들이 보고 재밌어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보람 등을 느끼며 내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다시금 깨닫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느낀 희열감이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Q) ‘영화’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분야 중에서도 ‘연출’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A)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매우 좋았다. 특히 내 자의로, 내가 던진 물음에서 뻗어나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하고, 살을 붙이며 캐릭터를 생성하며 영상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는 점.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도 내 의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출’에 뜻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욕구, 소망 등을 극 중 캐릭터와 시나리오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이고.
Q)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이면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본 현장은 어떠했는가?
-A) 실제는 학교에서 배우던 이론은 물론 꿈꾸던 것과 많이 다르다. 본인 스스로도 처음 현장에서 쓰레기부터 줍는 것부터 시작했다. 가장 작은 일, 허드렛일부터 하나씩 시작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추운 겨울에 현장에서 먹고 남은 잔반처리를 하던 중이었다. 마침 촬영을 위해 주연을 맡은 여배우가 도착했고, 배우에게 인사를 전하려는 순간,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치우고 있던 음식 찌꺼기가 옴팡 내 쪽으로 쏟아졌다. 그때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울컥 허망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렇듯 막내시절은 사실상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보다는 가장 먼 밖에서 일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차례차례 경력이 쌓이며 점점 안으로, 현장 가까이에 들어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꿈과 현실간의 괴리감에 상처를 받고 결국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막내를 거쳐서는 먼저, 소품 관리 등을 담당하는 미술 조감독을 맡았었다. 장면 속 물건 하나하나 디자인, 패턴 등 보여지는 외적 요소에 신경을 씀은 물론 감독과 미술팀, 소품팀과의 의사소통 조율 등을 맡았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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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ailytoday.co.kr/news/view.php?idx=25441기사등록 2019-06-18 09:46:10